15.4.19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19년 4월 15일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다 읽었다.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느낀 점이 가장 많았던 책이다.

김혜자가 누군지도 몰랐었고,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던 나라 그가 출연했다던 드라마도 잘 몰랐었다.
전원일기랑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만 몇번 들어본 것 같았다.

김혜자는 유명한 배우다. 22년동안 장수했던 드라마의 주연배우였다고 하니 내가 모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여배우였음은 틀림없다.

이 책은 그녀가 우연한 기회로 월드비전의 친선 대사로 에티오피아를 가게 되면서 일생을 아프리카와 세계 각 국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품게 되는 이야기이다.

책에서 본, 아니 김혜자가 보고 온 아프리카의 이야기는 정말 믿을 수 없을만큼 참혹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쟁을 치루었고 민주화를 쟁취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렸던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아가면서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아마 나를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취직에 대한 고민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지라도 내가 내일 당장 무엇을 먹어야할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은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있겠지만..

아프리카의 모습은 고민이 아니라 바로 당장의 현실이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고, 돈 때문에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아이들까지..
길거리에 난 이름 모를 들풀을 뜯어먹는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

읽으면서 중간중간 눈물이 핑 돌았다.

두달 전에 페루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생각났다. 그곳에도 가난한 아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불과 두달만에 나는 상당히 많은 것들을 잊었다.
인간이란 이렇게 이기적인 존재구나...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생각하기엔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누가 그 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얼마전부터 유니세프를 통해 매달 기부를 하고 있다.
돈을 벌지도 않는 내가 보내는 돈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세상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돈을 가진 이들이 많고
이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살아가겠지.

그리고 지구 반대편엔 김혜자가 보고 온 것처럼
내가 타이핑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굶어 죽는 아이들이 있겠지.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더 아픈것은
내가 가슴이 아픈데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나는 어떻게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면 또 잊겠지...

잊고 싶지 않고, 뭔가를 하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찌릿한 여운이 아직도 남는 책이었다.
당신의 눈을 통해 그곳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혜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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